ESG 정통 이새FnC "가치와 철학 따랐을 뿐 변한 것 없다"

올 한해 패션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ESG 경영’이다. 업계가 인정하는 친환경 패션기업이자, ESG를 선도하고 있는 이새에프앤씨를 찾았다.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 사이, 단아하고 정갈하게 가꾼 ‘이새 한옥’에서 정경아 대표를 만났다. 



이새FnC



패션업계 ESG 선도기업

이새를 ESG 선도기업으로 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새에는 ESG라는 용어도 가이드라인도 전담 조직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의류 브랜드에서 환경이나 지역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이새를 찾아와 사례를 묻고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친환경·웰빙·슬로우패션’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전인 2000년, 패션업계 최초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 ‘잇빛’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 기반 프로젝트, 공정무역 등 패션기업들이 하지 않은 다양한 시도를 앞서 해왔다. 

정 대표는 남들보다 조금 먼저 시작했기에 다양한 곳에서 이새의 경험을 참고하려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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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기법·제작공정

이새는 패션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이다. 주로 오가닉코튼·린넨·라미·헴프·종이섬유 등의 식물성 소재, 리놀· 볼트론과 같은 신소재, 한산모시·안동포와 같은 전통 소재와 실크 등을 사용한다. 모두 인체에 무해 할 뿐 아니라 환경에도 해가 덜 가는 재료들이다. 

지난 8월 코오롱, 한섬 신원 등 50여 개 기업이 ‘친환경 패션 이행 선언’에 동참해 2030년까지 친환경 소재 비중을 30% 이상 증대하기로 결의했다. 

이새는 2005년 브랜드 론칭 시작부터 현재까지, 전체 제품의 친환경 소재 비중을 85%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컬렉션에 따라서는 친환경 소재가 95%를 상회 하기도 한다.

이새는 제작공정도 환경친화적 방법을 고수한다. 특히 옷과 침구류에는 감·서랑·진흙 같은 염재를 이용해 햇빛·바람·시간의 힘으로 색을 올리는 자연 염색법을 사용한다. 

원단과 의류 제작에 활용하는 다양한 수공기법(핸드룸·베틀직조·누비) 또한 기계 방식보다 물과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여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크다. 

이새는 자연과의 공존을 기업 철학 중심에 두고 친환경 소재·기법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현재 친환경 관련 국내 특허 다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도 ‘서랑 식물 뿌리줄기를 이용하는 천연 염색 방법’, ‘발효 감즙을 이용한 천연 염색 방법’ 2건을 해외 특허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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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의 상생이 우선 가치

이새는 지역과의 상생을 주요 가치로 삼고 꾸준히 실천해 온 기업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브랜드 시작 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지역과 전통 살리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 흐름이 이어져 2017년 브랜드 소(SOH)가 탄생했다. 소(SOH)의 제품은 현재 구례의 거믄 목기, 동해의 견운모 도자, 제주 옹기, 장수 곱돌 등 15개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소(SOH)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지역장인의 솜씨가 어우러진 제품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이새는 패션업계 최초, 공정무역을 통한 저개발국가 지역을 돕는 착한 브랜드 ‘메라하트(mera hatt)’를 2012년 론칭하고, 열악한 환경의 수공예 생산자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젝트그룹 로컬비와 함께 소멸 지역과 멸종 야생 동물 되살림을 지원하는 ‘붉은 여우와 영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이 공존의 근간

이새 정 대표는 공존과 상생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협력하고 조정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상호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 업체와의 문제를 생각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새는 지역장인, 예술가, 해외 영세 수공업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데 15년 이상을 이어온 업체도 다수라 한다.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과 오래 갈 수 있는 이유를 ‘그 어떤 것도 공동체를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라는 정 대표의 한 문장에서 유추할 수 있다.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표현이자 협력의 중요성도 내포된 말이다.

정 대표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이윤이 아니라 자연과 삶과 전통을 이롭게 잇는 우리의 철학에 있다”라고 말한다. 

지역 예술가와 장인을 지원하고,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 모두 이새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뿌리 깊은 나무가 더 높게 더 넓게 더 튼튼하게 자람을 안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기업 철학을 세우고, 우직하게 걸어온 이새FnC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점점 더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이새의 철학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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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ESG 경영은 최근 몇 년 사이 선택이 아닌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부상했다. 모두가 앞다투어 ESG 경영을 도입하고 전환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업의 발 빠른 전환 뒷면에는 ESG 외형 갖추기에 급급한 조급함도 엿보인다. 겉모습만 따라 해서는 언제나 앞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달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이 ‘ESG’보다 먼저 ‘기업의 철학’을 챙겨보아야 할 때가 아닐지 싶다.
 
* ESG 경영이란 기업 활동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 경영·지배구조 개선을 의미하는 줄임말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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